Thursday, January 22, 2009

돼지가 우리 냄비에 빠진 날



갑자기 수육이 먹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,
그리고 돼지고기를 그냥 삶으면 된다는 착각 하나로 일을 벌였다.

하지만 인터넷을 뒤져 조리법을 찾아내면 찾아 낼 수록
뭐 그리 들어가는 게 많은 지.
집집마다 조리법들도 제각각이었지만
공통된 화두는 역시 "돼지고기 냄새 없애기!"


뉘집 딸래미 이름같은 '미정'과 냉장고안에 17년산 될 때까지 삭혀놨던 '산수유'로 돼지 목욕시키고, 냄새 없애는데 좋다는 '구아바잎'은 어느 동네가서 따와야 되는지를 몰라 대충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'깻잎'으로 돼지를 돌돌 말아줬더니 냄새가 제법 없어졌다.

온갖 재료 다 넣고 한 한시간 끓이니 꽤 괜찮은 냄새가 솔솔 난다.

뜨끈뜨끈한 녀석을 자르려고 머리를 굴려서 두꺼운 겨울 털장갑에 비닐 장갑을 두개 덮어 씌웠다.


남은 재료들을 (무, 양파, 당근, 파 등등...) 고춧가루 양념이랑 버물려서 무쳐놓으니 꽤 그럴듯한 먹거리가 됬다.


파릇파릇한 상추에 수육 두점, 무 무침 한 젓가락, 새우젓 조금, 김치 한점, 마늘 반에 반쪽 넣고 우걱 한 입 씹으니,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돼지도 나보고 기특하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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